티스토리 뷰
오늘(10일) 하루, 넷플릭스 행보와 관련된 상반된 보도가 나란히 게재돼 눈길을 끕니다. 이번 글에서는 재상영분배금, 영어로는 Residual에 있어 넷플릭스 정책이 국내와 해외에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넷플릭스 측에서 한국에 재상영분배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재상영분배금이 지급됨은 물론 이제 비용 인상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ㅣ넷플릭스 재상영분배금(Residual) 한국 vs 해외 실정
재상영분배금(Residual)이란, 영상 콘텐츠가 판매된 플랫폼 이외의 다른 방송국에서 방송되거나 DVD 형태로 재판매될 때 감독, 출연진, 작가 등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로열티를 뜻합니다. 본디 작품을 재방송할 때마다 작가, 출연진, 감독 등에게 비용이 지불되었던 개념이지만 OTT 업체에서는 계속 작품을 서비스하기에 그에 상응하는 추가 보상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스트리밍 업체들도 정해진 액수의 수당에 따라 재상영분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 재상영분배금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 국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경우, 넷플릭스가 모든 콘텐츠 저작권을 가져가는 대신 제작사에 안전 마진 10-20% 정도를 보장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제작 비용을 보장해 주는 대신, 콘텐츠가 플랫폼에서 수년간 서비스되는 데 따른 비용은 지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을 비롯해 남미, 유럽 등은 재상영분배금을 창작자에게 분배하고 있습니다. 이를 공정보수(Fair Remuneration)라고도 부른다고 합니다. 최근 할리우드 장기 파업의 주요 원인에는 AI 뿐 아니라 재상영분배금도 있습니다. 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 영화, 방송 콘텐츠 재방영 수익을 지상파, 케이블 TV에서 기대할 수 없고,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으로 재생되는 OTT 특성상 재방영 개념이 없어 스트리밍에 따른 추가 수입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을 인상하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국내에는 인상은커녕 금액 자체가 지급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편, 넷플릭스 제작 예산 중 대부분은 스타 배우, 유명 시나리오 작가에게 돌아가는 반면 조연 배우들의 임금은 도리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재상영분배금, 프리미엄 모두 못 받고 있는 조연 배우의 편당 출연료는 약 300달러(한화 약 40만 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넷플릭스는 오래 전부터 조연 배우들에 대한 낮은 임금 지불로 인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측과 갈등이 있었습니다. 넷플릭스는 급여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한국방송연기자노조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외주 모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한국에서는 넷플릭스가 법적 고용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이에 노조와 협상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매체를 통해서는 넷플릭스가 조연 배우들에게 업계 기준을 충족하거나 혹은 이를 초과하는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며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가 수천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업계 외 상생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통해 한국의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하고 있는 기본적인 보상과 존중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와중,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점이 다소 아이러니합니다.
미국 LA타임스는 현재 미국에서 파업 중인 미국 배우, 방송인 노조(SAG-AFTRA)의 주장과 한국 입장이 같기에 한국-미국 배우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도하기도 합니다. 미국 영화전문 매체인 콜라이더에 따르면 한국에서 낮은 임금이 오히려 AI 활용을 막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AI 비용보다 사람인 배우의 인건비가 더 저렴한 것입니다. 한국 방송국들은 역시 넷플릭스처럼 상당 부분을 외주로 제작하지만, 배우 조합과 계속해서 협력하며 재상영분배금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티빙, 웨이브와 같은 국내 OTT 업체 역시 사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해당 문제 조율을 위해 권리 협회와 만나고 있습니다.
앞서 기술한 것 중 현재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약에 근거하여, 지급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 부분을 수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본과 같은 경우, 애니메이션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작사가 갖는 형태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넷플릭스는 작품의 저작권 중 일부인 단독방영권만 보유하거나, 2차적 저작물 활용 권한을 공유하는 선에서 그치게 됩니다. OTT에 재상영분배금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내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ㅣK콘텐츠 인력 육성 지원
넷플릭스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진 같은 날,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K-콘텐츠 신진 인력 육성을 지원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이는 국내 창작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영화-영상 부문 인재를 양성하는 KAFA(한국영화아카데미)와 글로벌 스트리밍 시대 영화 창작 환경에 대한 이해도, 제작 역량을 제고하는 심도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KAFA 교육 프로그램의 우수 참가자들에게 창작 보조금을 후원할 예정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은 한국 창작 커뮤니티의 차별화된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파트너로서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활동이지만, 한국 콘텐츠 제작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 및 존중이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던 날, 한국의 신진 창작자를 위해 투자하겠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지난 7월 발표된 넷플릭스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올해 2분기에만 589만 명이 늘면서, 전 세계 이용자가 총 2억 3,839명이 됐습니다. 덕분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모두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넷플릭스로 인해 K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전 세계에 K콘텐츠 위상을 높이게 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최소 다른 나라와 동등한 관점에서 창작자들에게 대우해줘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응당 보상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면서 나아가야 서로가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입니다. 넷플릭스의 성공 가도에 한국이 기여한 부분 역시 결코 적지 않음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K 콘텐츠가 넷플릭스 전 세계 순위를 휩쓸 만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국 창작자에 대한 제대로 된 권리 보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분명히 우리 모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IT 라운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성형 AI 그림 툴 3가지 소개 (0) | 2023.08.11 |
---|---|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 인상, 가입 유도 정책 (0) | 2023.08.10 |
AI와의 공존 - 딥페이크 뮤직, 엔터 업계 현황 (0) | 2023.08.10 |
MS 빙 챗, 빙 챗 엔터프라이즈 vs 구글 바드 (0) | 2023.08.08 |
스레드 현황, 머스크VS저커버그 (0) | 2023.08.08 |